마중물/시인들 시

장옥관 / 걷는다는 것

김낙향 2008. 12. 9. 22:19

걷는다는 것

 

 

 

길에도 등뼈가 있구나

 

차도로만 다닐 때는 몰랐던

길의 등뼈

 

인도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디

샛노랗게 뻗어 있다

 

등뼈를 밟고

저기 저 사람 더듬더듬 걸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생고무 혓바닥

 

기까지 가기 위해선

남김 없이 일일이 다 핥아야 한다

 

비칠, 대낮의 허리가 시큰 거린다

온몸으로 핥아야할 시린 뼈마디

내 등짝에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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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일이 길의 등뼈를 밟고 걷는 일이다. 엎드린 길위를 생고무 밑창 닳아가며 척추 뼈 핥아가는 일이라 한다. 그렇다. 삶은 내 자신이 타인에게 혹은 타인이 내 자신의 등뼈를 디디는 일임을. 그렇게 우리는 저린 슬픔을 끌며 시리디 시린 한 세상을 비꺽이며 건너가야만 하는 것임을.

 

 장옥관 시인 은 경북 선산 출생.『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등이 있으며,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