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김춘수 / 語訥

김낙향 2008. 12. 9. 23:39

語訥(어눌) / 김춘수




누가 섬이 아니랄까 봐
저 멀리
그는 바다 위에 떠 있다.
누가 귀양 온 원추리가 아니랄까 봐
섬 한쪽에
그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가 진다고
물새는 꺼이 꺼이 우는데
오늘도 누가
바다를 맨발로 밟고 간다.
아물 아물
가는 곳이 어딜까.
나는 이렇게 말이 어줍고
그는 결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