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자리

오래된 노트 뒤적이다가

김낙향 2010. 9. 19. 22:52

에위니아 태풍

 

 

우주는 만물을 사랑하는데

그중 우주는 인간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무심한 사람들의 행동에 온난화된 가슴의 상처에서

쏟아지는 노여움의 눈물이 지상의 표피를 훑어 깊어지는 상처,

되돌아온 아픔에 사람들 울부짖는 눈물이 처참하다.

 

어제까지도 정겨운 소리로 졸졸거리던 시냇물이

알 수 없는 괴성으로 제 살을 뜯어내며 내달리고

깊은 속내로 숙연하던 강줄기는 말없이 보듬고 키우던 수초와 수목들에

힘의 폭력으로 내치는 노여움을 바라보며

이러면 안 되는데!

그만 좀 했으면!

쏟아내는 하늘의 눈물을 멈추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순식간에 가진 재산을 다 잃고

막막함과 아득함에 초점을 잃은 시선을 바라보며 에위니아의 위력에 치를 떨었다.

길이 떠내려가고

산이 통째로 밀려와 마을을 덮었다.

 

그 후 오랫동안 수재민 돕기에 나선 사람들 온정이 TV에서 줄을 섰으나

수재민들 마음을 다 채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슴 아프다.

 

방송마다 이번 태풍은 자연환경을 생각지 않은 엘리뇨 현상이라 말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절실하다.

 

 

* 에위니아- 남태평양에 있는 미크로네시아 추크족 전설에 나오는 '폭풍의 신'의 이름.

 

 

- 2006년 7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