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설야 / 김광균
김낙향
2011. 2. 15. 23:51
설야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