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1. 2. 21. 15:33

때로는   


                      김낙향

 

흔들리고 싶다

나뭇잎처럼 바람에 몸 얹어놓고 

멀리 외출하고 싶다

집이 있다는 것 잊고 헤매다가

조촐한 둥지에서

저녁노을 붉은 사연에 그렁그렁 눈물 고였으면 

 

허공을 두드리는 휘어진 풀줄기 위로

새 두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 걸린 내 가슴을 쪼아 먹으면

기적소리도 말라버린

레일 위 낮볕처럼 따끔거리다

새의 가슴으로 볼록하게 차오르는

내 몫의 무게들이 날개를 퍼덕 거렸으면 

 

우두커니에서 외출하고 싶다 

나뭇잎처럼 흔들 흔들

집이 있다는 것 잊고 헤매다가

내게서 떠난

노곤함에 빚어진 빛바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