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야생화2/그리운연어

김낙향 2011. 12. 21. 22:39

야생화2 / 그리운연어



문득 신 들린 무녀처럼 발길을 잡는 때가 있네
온 몸의 피가 요란한 징소리로 들끓어 화들짝 열꽃이 피면
전생을 휘돌아 온 창백한 여인처럼 여울지는 강을 지나 골짜기
흰 바위아래 벼랑으로 가네, 그 곳에
꼭 내 몸에 핀 열꽃처럼 다글다글 끓는 피를 다스리는 여인 하나 있네

그 여자 이제라도 뛰어내릴 듯 가파른 벼랑위에 서 있네
생사를 모두 내려놓겠다는 무언의 말처럼 한 때는 그 여자
새처럼 몸을 날린 적도 있네
무더기 무더기 붉은 살점들 벼랑을 기어올라 흐드러졌지
꽃 진 자리 서늘히 아름다웠네

누구라도 그 자리에 서면 벼랑의 붉은 혓바닥에 감겨들고 싶다고
맨발로 날아오르고 싶다고
방황하는 고독과 번지없는 사랑이 먼 하늘의 별처럼 신물나게
아득해서 하늘로 뛰어내린 비감이었네

세월은 농락이었어 천길 낭떠러지, 가볍게 날고 싶었어 후둑 지고 싶었어
아름다움도 죄가 된다고 천형의 고독을 짊어진 벌이라고
거풀거풀 벗겨진 죄의 나락들이 바람을 타고 지네

인적이 닿지않는 첩첩의 산중 시지프의 벼랑을 오르며
홀로 고적한 저 아름다움으로, 저 뜨거움으로 식어가는 산을 달구고 있네 그 여자
그렇다면
나는 무슨 죄의 댓가로 열꽃을 피우는지 모르겠네
무슨 이유로 저 아득한 허공을 날고싶은 건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