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알 / 오영록
김낙향
2012. 1. 17. 00:58
알/ 오영록
포유동물의 시원도 알이다
알 속의 핵이 나이고 난세포는 어머니다
모성본능과 희생의 사랑으로
난세포로부터 생명을 얻는 창조다
핏줄이 굵어지고 몸집이 커지는 만큼
난세포는 작아졌다
엄마가 입덧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잘게 허물어 아기에게 주는 것이듯
탯줄이 쉬 뿌리 내리도록 변질되는 알
거미처럼 자신을 먹고 자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그저 자신을 분신이라, 씨앗이라 생각했는지
사막처럼 퍼석해가는 몸으로 힘껏 끓어 안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살점을 떼어내고 있다
엄마의 피와 살이 내게 전이될 때마다 난
넓적다리에서 커다란 나비의 날갯짓을 기다렸다
알은 밀도가 떨어질수록 창백해졌고
비린 맛도 단맛도 우러나지 않아
있는 힘을 다해 빨았다
물컥, 마지막이었는지 뜨거운 호흡이 딸려왔고
안아 줄 힘마저 놓쳤는지
툭, 나를 놓았다
더는 움직임이 없는 엄마
화들짝 일어서는데
알의 껍데기가 우지끈 부서졌다
깨진 껍질이 웃고 있다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