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따뜻한 찻잔 / 도종환

김낙향 2012. 2. 9. 10:34

따뜻한 찻잔/도종환

 

맨 살에 손을 댔는데 참 따뜻하다 한 손으로 아래를 받치고 한 손을 둥글게 감싸 살에 대는 순간 손바닥 전체를 가득하게 밀고 들어오는 온기 오래오래 사랑스러운 사람은 뜨거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다 아침부터 희끗희끗 눈발 치는데도 손 감싸 뿌듯하게 살을 만지고 있다가 공손히 입술을 대는 순간가만히 눈이 감 긴다 몸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르르 녹아내리는 한 잔의 밀애(密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