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평상이 있는 국숫집 / 문태준

김낙향 2012. 11. 29. 15:08

평상이 있는 굿숫집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헹거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