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산방 / 오영록

김낙향 2012. 12. 7. 14:54

산방

 

                           오영록

 

 

하늘 가득 흩뿌려지는 단풍잎이

산도에서 방사되는 치어입니다

하늘이 파래서 저들에겐 바다입니다.

지난번 산에 올랐을 때

앙상히 뼈만 남은 가자미거나 넙치였던

유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나뭇잎의 퇴적이라고 했지만

급류에 휩쓸려 갈까 봐

수초를 잡고 납작 엎드렸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은폐했던

물고기의 죽음이었습니다..

계곡을 다니다 보면 구렁에

한 아름씩 쓸려 있는 낙엽을 봅니다.

그것은 낙엽이 아닌 여름날

바다까지 갈 수 있는 물때를 기다리는

치어들이었던 겁니다.

늦가을 산은

와스스

와스스

치어를 낳는 흑등고래들 산통으로

들썩,

들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