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추석무렵 / 맹문재

김낙향 2013. 9. 12. 16:50

추석무렵

 

맹문재

 

흙냄새 나는 사투리가 열무맛처럼 단백했다

잘 익은 호박 같은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인사 같았고

돈이 든 지갑처럼 든든했다

 

빨래줄에 널린 빨래처럼 평안한 나의 사투리에는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나의 사투리에서 흙냄새가 나던 날들의 추석무렵

시내버스 운전사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 할머니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다

이발사 가위질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다

신문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경향시선 - 돈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