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꽃말을 가진 엄마는 지느러미가 없다 / (김휴)

김낙향 2014. 1. 6. 12:09

꽃말을 가진 엄마는 지느러미가 없다 / (김휴)

 

 

  아무도 오지 않을 때는 풍선껌을 불었다

 

  투명한 막에 갇힌 몇 날 며칠은 절대 잠들면 안 되는 이유는 명백했지만

지느러미는 자라지 않았다 마침내 고요가 터졌을 때 생소함의 치유가 되기

도 했다 누가 타일러준 말을 가지지 못한 것들은 한없이 가라앉으려 하고

 

  사막에서 잡은 물고기를 보내준 친구는 새벽에 쓴 시에 풀어놓고 수초가

수북이 자란 엄마를 뜯어 먹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엄마의 입에서 물의 꼬리가 긴 별자리가 기어나오곤 했다 미처 태어나지

못한 누나는 엄마의 자궁에서 발톱에 푸른 매니큐어를 칠하며 한 번도 달아

보지 못한 구름의 혈액형을 가늠하고 있었지만

 

    엄마의 입구는 물의 뒤편이다

    깊은 저수지를 안고 잠든 아이는

    오히려 공중의 지느러미에 꽃말을 위한 일기를 써야 했으므로

 

  그의 눈에 몰래 붉은 물고기를 풀어놓은 때를

 

  개화기라 하자

 

  피어올린 몸을 억지로 외면하는 신비주의에 대하여 의문이 많았던 시절은

아직도 공란이다 처음 흔적을 남기는 쾌감은 수혈하는 짓보다 슬퍼서 자꾸

먼 길을 떠나는 물고기의 없는 꽃말 같은 것이 보인다 지느러미는 불필요한

것이라며

 

  가라앉는 엄마가 아름다워서 미칠 지경이다

 

 

**김휴: 2006년《현대시》로 등단.

 

(2012. 계간《시에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