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나의 작은 미행 일지 / 김중일

김낙향 2014. 1. 6. 12:36

나의 작은 미행 일지

 

 

 

 과연 이 미행이 끝나긴 할까,

 그 여름의 마지막 밤, 내 눈동자 속으로 참지 못하고 불쑥 들어온 팔은 막다

른 골목까지 길어졌다. 그리고 내 어깨를 붙잡았다. 화들짝 내가 돌아서자, 없

다. 막다르게 길어진 백합같이 하얀 손가락으로 내 가쁜 날숨까지 걷어 가 오

직 완벽한 적막뿐.

 

 

 시침이 분침을 분침이 초침을 미행하듯,

 나는 끝까지 새벽을 따돌리며 저녁을 미행했다. 나를 쫒다가 죽은 짐승들의

발자국은 모두 반짝이는 새벽별이 됐다. 밤새 그 별들을 다 따돌렸으나, 새벽.

나는 새벽의 성당 앞에서 포즈를 잡았다. 검지와 중지를 찢어질듯 벌리고 활

짝 웃었다. 지금 이순간. 내가 서 있는 검푸른 시간의 풍경이라도 모조리 말끔

하게 오려가겟다는 듯.

 

 

나의 작은 미행의 기록들,

 내 어깨 위로 올려졌던 손들은 모두 새가 되어 난바다로 날아갔다. 틈틈이 방

안에 오려 붙여놓은 허공 속의 새들이 두 날개로 우레같이 떠나갈듯 박수치

며, 박수가 잦아들듯 떠나가면, 구름이 그 뒤를 몰래 미행하듯 동행하던 계절.

 

 

 박수소리에 깜짝 놀라 내가 세상 속에 처음 눈떴을 때,

 모두들 얼얼한 손바닥만 잔뜩 남겨둔채 사라져버렸다. 버려진 이 손바닥들

을 다 어쩌나. 이 거친 아비의 손들을 나 혼자 이제 다 어쩌나. 지난 생의 조

서를 꾸미는 데에는 미행이란 낱말 하나로 충분했다. 나는 짐승처럼 뛰쳐나갈

때마다 줄곧 숨을 깊이 들이마시곤 했다.

 

 

들숨으로 죽은 사람은,

 공중을 미행하는 바람이 된다고 했다.

 

 

 

시인수첩 201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