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고갱 3 / (최서림)

김낙향 2014. 1. 6. 12:38

고갱 3 / (최서림)

 

 

금곡리 임씨는 허리가 굵고 다리도 굵다

나른한 피부의 타히티 여자처럼 굵다

작달막한 키에 납작한 코로 평생 혼자 살아온 임씨는

5일장에서 파는 싸구려 원색 치마를 입었다

남양南洋으로 수출되는 붉고 푸른 치마를 입었다

긴 주름치마에 새로 산 굽 높은 구두를 감추고 임씨는

고샅길을 걸어 뒤뚱뒤뚱 고갱의 화실로 간다

타히티 여인처럼 동네 사람 눈치도 안 보고 간다

머리에 장미를 플루메리아처럼 꽂고

물기 많은 타히티 여인의 눈빛으로 앉아 있다

아르바이트로 반찬값 버는 임씨의 빈약한 샅이

금곡리 뒷산 다복솔보다 짙게 칠해져 잇다

화폭에서 플루메리아 암향暗香이 배어나온다

 

 

 

(2012.계간<시선>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