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멍 / 낮은 음자리 / 美山 원연희

김낙향 2014. 1. 11. 13:40

 

      美山 원연희

 

먹거리도 풍성해지다 보니

블루 시대라고

보랗빛 고구마는 물론이고 무우며 감자며

어느 나라에서 건너왔는지 모를 불루베리는

가격조차 만만치가 않더라

어디 그뿐이던가 붉은 채소는 어디에 좋고

샛노란 빛을 띤 채소는 또 어디에 좋다는 둥

건강식도 참 가지가지라 더러는 메모를 해 두어야 할 판

가만히 두눈 감고 그 간,

내 몸 속 깊이 스며든 검고 푸르고 먹먹하니

멍 울 짙은 色色의 자국들을 헤아려 보니

아,

절로 한 生

짖무르다 아물다

영약이 되어 준 넋,

피값으로 환산 못할

혼신의 자리라니

 

 

 

낮은 음자리

 

          美山  원연희

 

옹이 없는 삶의 자리 어디 있을까

간접이든 직접이든 찔리우고 띁긴자리 피 아니 흘려 본 이 뉘라 있을까

크던 작던 부위 마다 짧게든 길게든 앓아야 하고

앓아내고 난 뒤에야 옹이 꽃 핀다

천년 만년 견뎌낸 고목을 보라 옹이없이 자란 나무 하나 없더라

하늘끝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뿌리까지 스며든 나무의 옹이

향 깊고 무를수록 흔들림없이 골로 패인 속내 마다  낮은 음자리

바람도 나즈막히 곡소리 낮춰 추임새 하나 없는 울음울더라

더러는 야윈 꿈에 날개쭉지 야속하니 곤두박혀도

남은 한쪽 푸릇푸릇 생살 오르고 울 밖에서 글썽이다

끝내는 삶터지게 절명하더라

생에로의 애진 귀환 몽우리마다

터엉 터엉  한결같이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