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전조 / 강신애

김낙향 2014. 4. 29. 16:14

전조

 

강신애

 

 

이 밀리의 눈이 내렸네 

 

공명에 떠는

네 개의 손바닥을 가로질러 

 

잠언 같은

노면을 두드려대는 음소거의 타악기들 

 

눈의 눈물샘 속으로

불의 숨을 불어넣는 촛불들…… 

 

삼 밀리

사 밀리의 눈이 내리네 

 

내 속에서 증발하는 비문(碑文) 같은 폐허

 

밤도

이 환한 흉부를 숨길 수는 없었네 

 

정말 눈일까

정말 첫눈일까 의심하는 나에게 

 

만져보라고

차갑게 입맞춰 보라고 

 

칠 밀리 팔 밀리

눈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