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뒤늦게 이해되는 것들 / 이장욱

김낙향 2014. 4. 29. 16:47

 

  

 

 뒤늦게 이해되는 것들

 

   

      이장욱

 

 

 

 

 

  아,

  하고 나는 다른 세계를 깨달았다.

  방금 지나온 세계를.

 

  그 세계에도 너라든가

  너에게서 먼 곳 같은 것이 있을 텐데

  깃털도 있고

  깃털이 있으니 새도 있고

  저녁의 하늘 끝으로 쓰윽

  사라져 버린 것이 있을 텐데.

 

  그러니까 그건 잃어버린 우산인가.

  신용카드인가.

  죽은 사람인가.

 

  나는 만취한 채 택시를 타지도 않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어디 있는지 알게 뭐야. 후회라니,

  그런 건 개에게나 줘 버려.

  그 순간 불현듯,

 

  나는 어둠이 매일 온다는 걸 처음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다른 하늘의 새 떼를 깨달은 사람이.

 

 

 

  내가 없는 너의 세계를

  아,

  하고 이해한 사람이.

 

  차갑고 뒤늦은 곳에서 무엇인가 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오래전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