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벽과 장미 / 김찬옥

김낙향 2014. 5. 16. 15:06

벽과 장미

 

                                김찬옥

 

 

  벽,

 

  그 섹시한 꽃을 품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가?

 

 

  당신의 무딘 감각을 더듬다 입술이 터져

  진홍빛 진물로 벽을 물들이는

  장미라고

 

  몸에 돋아난 발진

  전신을 다 태워도 부족할 꽃

  죽어야만 접을 수 있는 色말야

 

  가시로 쿡쿡 찔러봐도 여전히 묵묵하기만 한

  벽,

  정말 모르시겠는가?

 

  이념의 뼈대 사이로 가시를 세웠으나

  정녕 제 허벅지에 못질은 할 수 없어

 

  멍울멍울 피어오르는 새빨간 욕정

  바짝 마른 유월의 태양이나 다 사르고

 

 시들시들 벽 앞에서 응고되어가는

  피보다 더 진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