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방울토마토 / 이향지

김낙향 2014. 6. 21. 10:59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좋은시]
(순수문학싸이트)

 

 

 

방울토마토

 

 

이향지

 

 

방울토마토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내가 먹었다. 그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나는 방울토마토나무였는데, 지금은 없다. 효정이가 먹었다. 경로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그 아이들은 탐스러운 방울토마토였는데, 지금은 없다. 내가 먹었다. 그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방울토마토 `국산
중량 412g 100g당 310원 가격 1277원 포장 년월일 00.2.17. 판매처 암호
0204437012777 업종 기타식품판매업

 

방울토마토 지금은 빈 용기만 있다. 동글동글 잘 익은 방울토마토. 현대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다시 만났는데, 새빨간 심장 한 곽을 다시 만났는데, 지금은 찢어진 투명과 빈 용기만 있다. 아침까지 있었는데, 새빨간 심장 네 알이 내 앞에 남아 있었는데, 내가, 방울토마토가, 방울토마토나무가, 한 알씩, 씻어서, 먹어서, 없다.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편저『윤극영전집 1,2권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산아, 산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