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자리
생각 한 줄이
김낙향
2014. 11. 26. 01:21
생각 한 줄이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데 창문을 툭 치는 소리가 들린다
밖을 보니 낙엽들 와르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잎을 매달고 있던 나뭇가지들 허전함에 파르르 떨고 있다.
내 새끼들 컸다고 둥지를 떠나던 날 가슴에 생긴 구멍 때문에 몹시 추웠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가벼워진 생이 익숙하지 않아서 산길을 무작정 걸었다.
조밀한 공간에서 벗어나 내 안에 나를 들추며 다스리는 노력을 하면서, 혼자 묵묵히 보내는 눅진한 시간은 고요하고 평온하였으며, 의식적으로 참고 방관했던 나를 이리저리 뒤척이며 내 안에 나와 소통하는 시간이랄까.
혼자여도 조금도 심심하지 않은 하루는 짧다.
골짜기마다 나지막이 엎드렸던 저녁 안개가 도톰하게 차오르는 것을 보고 있을 땐 고향 마구간 여물통에서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여물 냄새와 청솔가지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듯 넘치는 밥물 냄새가 내뿜는 것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마음은 참으로 차분하였다.
일하며 집안 살림하며 정신없이 지내느라 외로움이나 허전함은 나에게 사치였기에 도시를 벗어난 모든 풍경은 내겐 신선한 바람이었다.
산과 들 나지막하게 있는 나무와 마을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느긋하고 평화로웠으니. 이 마음은 아마 비슷하면서 다른 헐거운 풍경의 간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행은 주기적으로 계속되었다.
같이 살 때는 그리 살갑지 않던 아이들이 떨어져 살면서 멀어진 간격 안에서 그리움이 움트는지 자주 안부 전화를 한다.
말랑한 목소리로 건강을 걱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