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3. 21. 19:31




산비탈에서

 

 

 

햇살로 꽃잎을 촘촘히 꿰매고 있는

노루귀 꽃을 만났다

 

얼마나 가는 바늘로 시침했을까

습자지처럼 매끈하니 매듭 하나 없다

이따금

바람에 울음 터트릴 것 같은

여린 그를

꼭 붙들고 있는 가느다란 다리

모질게 추웠던 겨울을 어찌 건너와

봄이 되었을까

낙엽 속에 감추어진 신발이 궁금했으나

아물고 있는 상처 덧날까 싶어

조심스레 바라보는 내게

팔도 뻗지 않고

가슴 이편저편으로 꼼꼼히 꽃수를 놓는다


짜르르 흐르는 느낌을 팽팽하게 당겨

나도 꽃이 된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