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4. 11. 22:35


    


     겨울이 된 너

 

 

 

너의 실체가

무성한 정열의 수채로

내 벽에 여전히 걸려있는데

 

지난 계절을 남김없이 다 지우다니

 

얼마나 아파야

마지막 한 잎까지 다 밀어낼 수 있는지

한 방울의 수채까지 다 지우면

덜컥도 없이 봄이 될 수 있는 건지

사랑이 다시 오는 건지

 

봄이기나 했었던가 하는 마음이

모든 계절을 지우고

깊은 침묵에 든 환부의 내부는

한 곳을 오래 바라본 나의 눈동자처럼

컴컴하였으나

나는 그냥 고요라 읽었다 

그 고요의 적막을 여백이라 하다가

허당이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미련 없이 후두둑 다 비워낸 빈 가슴일 뿐인데 

폐쇄된 계절에 풍기는 공허일 뿐인데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