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1
허전한 뒷모습이 떠오를 때는
김낙향
2017. 4. 16. 22:46
허전한 뒷모습이 떠오를 때는
막걸리 한 병 들고 아버지 죽마고우 미루나무 백골에 부어주고 싶다. 수십 년 고수레로 받아먹은 막걸리 냄새에 정신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듯이 두 팔 번쩍 들어보라고. 반가움에 혓바닥 같은 잎 몇 개라도 내밀어보라고. 그 잎 살살 쓰다듬으면 알라딘 마술 램프처럼 미루나무 그림자에 몸을 포개고 낮잠을 즐기던 아버지 벌떡 일어나 나를 보고 따스하게 웃으라고
어디서든 미루나무만 보면
그 그늘에 슬며시 등 기대고 싶다
아버지를 바라보듯 오랫동안
미루나무 그늘에서 태어난 아이처럼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