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1
무릎 잠
김낙향
2017. 4. 17. 00:34
무릎 잠
꽃 피우지 못한다고 베인 지 두어 해 지난 어느 날, 누군가 발을 씻을 때마다 깊이 잠든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았습니다. 생을 포기한 무릎이 조금씩 움찔거렸습니다. 움찔거림이 커질 때마다 느껴지는 떨림이 못질을 해대더니 꽃을 피우던 기억도 다 잊었는데 자꾸 수액을 끌어 올렸습니다. 겨울은 모질게 추웠으나 나뭇잎 당겨 덮고 아무도 모르게 땅속으로 길을 냈습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속도로 깨어나는 기억
봄볕이 유난히 곱던 날
누군가가 반가운 소리로 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제야 내가 매화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