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1
문득 찾아오는 마음
김낙향
2017. 4. 17. 19:14
문득 찾아오는 마음
마음이 내지르는 기적 소리에 몸을 맡기고 싶다. 창에 얼비치는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치 두고 온 것이 생각난 것처럼 풍경을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한가한 곳에 멈춰 여유(餘裕)와 나란히 앉아 바다 같은 하늘을 처음 보는 것처럼 고개를 젖히고 구름 사이로 사라진 새를 한참 기다리다가 구불구불한 길을 신고 걷다가 배가 고프면 하늘에 동동 떠 있는 구름수재비 한 그릇 퍼먹고 수십 섬의 고요가 묻힌 저수지 건너 농주에 취한 느티나무 가쁜 숨 몰아쉬는 정자에 다다라 쉬러 온 것처럼 신발 벗고 앉아 있으면 지붕이 낮은 동네가 나를 힐금거리며 읽을 테지만, 시간이 나를 소비하겠지만, 파란 지붕 처마 밑에서 서성이는 노인이 구멍 숭숭 뚫린 엿을 꺼내 들고 외할머니처럼 손짓할 것 같은.
저물녘 여유와 헤어진 휑한 가슴이 문득 티브이 소음을 베고 졸고 있을 남편이 떠오르겠지만 내 나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여도 두려움과 쓸쓸함을 압정으로 꼭꼭 눌러 짜르르 흐르는 통증이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면
저녘 노을이 첫 경험처럼 뭉클해 그렁그렁 고이는 눈물이어도 좋고
노을 몇 점 넣고 훌쩍이며 떠먹는 늦은 저녁밥이어도 좋겠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