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5. 2. 00:35




자작나무

 

 


관습인 듯 낡은 옷을 입고

정수리를 모아 기도하듯 직립한 척추들을

강원도 수산리에서 만났습니다


불거진 관절이 관절을 딛고 올라선

아득한 끝에는

팔랑거리는 깃발, 두서너 개 나뭇잎 보이네요


누대에 걸쳐 내려온 문양

함축된 고뇌 같은 위조 불가능한

관절 앞에서

나도 모르게 척추를 꼿꼿이 세웠습니다


푸른 하늘 어디쯤 창이 열렸는지

하나둘 나뭇잎 날아가네요

팔랑팔랑, 자유로운 영혼으로


땅거미 정수리에 닿을 때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꼿꼿해야 한다는 척추와

불거진 관절이 같다는 이유로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