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5. 10. 23:58




산골 소년

 

 

 

사슴처럼 보리밭에서 뛰어다닌다

움직일 때마다 푸른 물이 참 방 거리고

새들이 튀어 오른다

 

저 아이는 알까

얼마 후 보리 이삭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찌른다는 것을

몸에 스쳐 꺾인 이삭들이

여물지를 못한 체 쓰러지는 것을

다시 일어나

씨앗을 품을 대궁의 상처를

 

아이의 몸에 밴 푸른 물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밀려와

기억의 정수리까지 차오를까

 

보리 이삭 너머로

떴다 가라앉았다 하며 멀어지는

엄마 따라가는 아이

머리에 쓴 양푼으로 햇살을 반사하며

나에게

반짝반짝 문자를 보낸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