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6. 7. 23:58
달
어두운 허공에 덩그러니 있는 그와 눈이 마주친 건
참 오랜만이다
풀벌레 소리에 이어폰을 꽂은 듯
갸웃한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어스름한 빛으로 맺어진
친근했던 때가 문득 스친다
모든 소리를 따돌리고 그와 눈빛으로 소통하는 밤
찔레꽃도 인동초 꽃도
헛간 위 어린 박 두 덩이도 고요히 깨어 있었다
엷은 머플러 같은 구름으로 수줍은 듯 가리는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저 깊은 고요의 빛
기댈 곳 없는 적요의 눈빛
달의 안부가 궁금해서 아무래도 집안의 모든 등과
가로등 불을 꺼야겠다
그리고 예전처럼
모깃불 피워 놓고 멍석에 밥상을 차리고 싶다
식구들보다 먼저 밥상 앞에 앉아 서슴없이 간을 보는
그와 마주 앉고 싶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