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연묵淵默 / 김종제

김낙향 2017. 7. 2. 23:33

연묵淵默 / 김종제



공작산 수타 연못이

이제 막 열었다

물 아래 있는 것들이

찬바람에 문 닫아 걸고

동안거에 들었다

우루루 물가에 몰려들어

깃발 흔들며 시위하던

나무도 꽃도 새도

몸 가볍게 적멸에 들었다

스스로 폐閉하겠다고

물속으로 첨벙 뛰들더니

겨울이 왔고 얼음이었다

물속에 있는 것들은 또

물 밑의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타닥 타닥 천둥 벼락으로

열반에 들고 있었다

목에 걸었던 묵언의 폐를

못에 던졌다

풍덩 가라앉은 아비가

치매에 걸린 새처럼

소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물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탁 두들기는 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