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7. 13. 15:01




숲의 아침




계곡, 연무가 오른다

수국처럼 뭉게뭉게, 오르다가 멈추고

다시 오르다가

구상나무 허리에 부딪쳐서야 멈춘다


운해, 장막이다


카메라 렌즈에 퍼 담는다

잠겼던 나무 정수리가 동동 떠오른다


자꾸자꾸 퍼 담는다


움푹움푹 풍경이 드러나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쳐져 부서질 듯 성글어진

해의 뼈


해의 살을 발라먹다니

위장한 장막의 탐욕이다


카메라 속에도 두어 근 담겨져 있다

장막은 아름다운 둔기로 나를 공법자로 만들었다

해가 몸을 추스르기를 기다려보지만

종일 우울하겠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