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9. 11. 23:46

 

 

 

 

 - CCTV -

 

 

어느 별에서 왔을까

인간의 눈보다 더 진화하느라 검은 동자만 깊다

보는 족족 저장하지만, 생의 감동은 스캔할 수 없는 뻔뻔한 시선으로 조각조각 기록하는 스토커이며

가리지 않고 캡처해 무자비로 챙기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면서도 한사코 방관한다.


기둥서방처럼 지켜보는 그 눈이 온통 검어야 한다고 누가 우겼을까


유성의 속도를 습관적으로 좋아하는 눈이 비밀스럽게 초점을 조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희멀건 콘크리트 길이든 아스콘 길이든 혓바닥의 긴 촉수 같아 때때로 비겁해진다


천둥 번개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 단단한 어둠의 배후를 벗겨내고 경계가 드러난 눈동자로 윙크하듯 한다면 도로 위 지구인들이 상처받지 않은 슬픔으로 벌금을 낼 것 같은

착한 과속이, 선글라스 속 불륜이 생글생글 고백할 것 같은


엉큼한 외눈과 마주칠 때마다 짐승이 아니어도 아슬아슬한 뿔이 솟았다가 사라지곤 하는

브레이크 페달을 은밀하게 밟으면서 속도의 결백과 과속의 불륜은 허리띠와 브래지어의 간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노트북이 주인의 반라半裸를 다른 컴퓨터와 공유했다는 풍문에 밴드로 그의 눈을 막았다



 

 

- 소연 -


* 《시에티카》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