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7. 9. 18. 22:51




살다 보니  / 소연

 

 

 

산에 간 그이 전화가 온다

나는 안다

그이가 먹은 막걸리와 나의 손전화가

나인 양 대화한다는 것을

 

외식하자는 전화가 온다

나는 안다

미안함이 그이 흉내를 낸다는 것을

나는 모른 척한다

 

티브이를 보면서 내 손을 잡는다

티브이 속 주인공 흉내를 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또 모른 척한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이

남편과 나의 제일 연하고 달콤한 부위를

다 베어먹어

뻣뻣하고 덤덤한 부위만 남았는지

 

세콤 달콤한 양념을 듬뿍 넣어 

요리를 하지만 

좀처럼 연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백종원 쉐프나 최현석 쉐프에게 다녀와야 겠다

 

 

※ 김혜순 시인〈날씨님 보세요〉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