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8. 4. 23. 10:13






황반변성


 

 

오존층을 뚫어 망막에 도달한 놈

시신경 행간에서 나보다 먼저

사물을 읽느라

수직의 축을 무너트리고

귀의 모서리가 틀어진다


축과 모서리에서 떨리는 눈썹을

자꾸 여닫다가

괄약근 틈새에서 삐져나온 검은 물체

죽은 시신경 허물일까

바람 부는 날 

박혔던 한 톨의 모래알 아니면

달을 훔쳐보다 흑점에 전염되어

번식하는 얼룩인지

나도 모르게 깔아뭉갠 미물의 혼인지

 

요 며칠 사물의 각도가 더 기울었다

지구 귀퉁이가 자꾸 무너지고 있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