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밥상 앞에서
김낙향
2018. 4. 23. 10:37
밥상 앞에서
어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처럼 퉁퉁 부은 무릎에 골반을 얹어놓고 밥을 먹는 어머니, 두 손 모아 빌던 간절한 기도가 수굿이 쌓이다가 손등 위로 흘러내려 까맣게 눌어붙은 말씀으로 고기반찬을 내 앞으로 넌지시 밀며 얇아진 입술로 무심한 듯 밥을 씹는다.
으스러지는 꽃의 상처 같은 어머니
아무 곳에나 드러눕고 싶은 다리를 보며
괜찮다고
괜찮으냐고
달그락달그락 수저의 음률 사이로 간간이 독백하다가
가슴을 지그시 누른다
차곡차곡 쌓인 외로움 한 귀퉁이가 무너지려 하는지
보이지 않는 부처와 늘 밥을 먹었던 어머니
괜찮다고
괜찮다고 한 그동안의 말은
혼자 견디기 위한 간절한 주문呪文이었다
웅크리고 있는 내 눈물이 뜨거워
찔끔거리고 있는 얼음 물병만 닦고 있는 어머니
- 소연 -
* 《시에티카》2016/ 상반기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