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8. 4. 23. 12:12






아무 곳에나

 

 

 

출렁거리다가 뜻하지 않는 곳에 당도하여

꽃잎이나 나뭇잎처럼

아무 곳에나 누워 하늘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달과 마주쳐 서로 고요해져

곤하게 잠든 대추나무 밑에

시계추처럼 섰다가 창백해져도

흐르는 바람이

여울지는 나뭇잎이

잠이 깬 부엉이가

풍경을 통째로 삼키는 어둠의 부리가

우울증이라고

급소를 쪼아대는 것과 상관없이

나이를 파먹으면서도

밤벌레처럼 통통하게 살찌지 않는 것과

생의 기척에도 연둣빛 돋지 않는 것과도

상관없이


노을이나 호수가 보이는 언덕이 아니어도

달맞이꽃이나 흔한 짚신나물 꽃이 없어도

아무 곳에나 누워 하늘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의 문 활짝 열어놓고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