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8. 4. 23. 15:29




나팔꽃

 

 

 

철조망 낮 볕에 덴 손으로

고소증에 시달리며 기도한 시간은

울타리보다 더 길고 높다


흘린 눈물 수많은 벌레가 먹고 남아

거미줄 새벽에 아직도 걸려 있다

 

허공에 빠진 다리가 밤새도록 풍경 소리를 내다가

살짝 기울여 안착하고 싶은 곳으로 날갯짓하는 날은

깃털 밑에서 해녀의 숨비소리가 난다

 

뻥튀기 아저씨는

                       펑- 펑-

커피 아줌마는

                휘리릭-

                           호호~~

 

시장 샛길

같은 울타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세월을 나누어 먹었다고

여기저기 걸린 증명사진 휘파람을 분다

울타리에 걸터앉은 나팔꽃 

볼 빨갛도록 팡파르를 울린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