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가벼워진다는 것은

김낙향 2018. 4. 23. 16:02




가벼워진다는 것은

 

 

어머니 무릎이 숭숭 뚫렸다고

귀가 먹었다고

앞마당까지 진 치고 있는 풀, 추석 때쯤이면

툇마루까지 쳐들어오겠다

 

가벼운 삶을 소원할 때마다

구십 년 서까래가 떠받치고 있는 집이

다 받아낸 줄 몰랐다

 

가벼워지는 것은 삶에 푹 젖는 것

한기가 들 때까지

허망하도록 고열을 쏟아내는 것이다

가슴이 적막하다고

바람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마당을 침범한 잔디를 묵인한 어머니

무단으로 들어와 사는 나무를 베야겠다며

개밥을 들고 나오는 등을 꼭 껴안았다

 

여기저기 기울어진 기둥에서 숭숭 바람이 나온다

 

가벼워지는 것은 무너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요와 잡초가 하나 되어 어머니를 덮치고 있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