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고봉밥을 먹어도

김낙향 2018. 8. 19. 00:04

 

 

 

고봉밥을 먹어도

 

 

밥상 앞에서

김치 같은 시제를 찾다가

불어터진 시 나부랭이 한 줄기

뜯어 먹으면 좋겠다

 

아니, 뜯어 먹혀 번지는 기쁨이면 좋겠다

 

가을 화색을 보고

누렁이도 멍멍 운을 띄우니

아랫집 검둥이 화답하는 소리 요란하고

같은 시어를 낭독하고 거듭 복습하는 수탉

감 나뭇잎 수직으로 낙엽 시를 쓰는

 

이 가을, 나는

뭘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

 

눈물이 나게 매운 시를 쓴 고추를 뒤적이거나

누렇게 영근 나락의 문장을 읽거나

들깨가 쓴 고소한 시향을 맛본 날은 더구나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