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18. 8. 19. 01:22
무늬
마루를 닦다가 아픈 무릎을 괴고 하늘을 본다. 나무 정수리에 찔린 상처마다 뭉실뭉실 밴드를 붙였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 까맣게 염색한 어머니 머리 위를 나풀나풀 날고, 국화 위에서 벌과 나비 축제가 요란스러워 고요는 슬그머니 모퉁이 상수리나무 밑으로 피신했는지 없다. 처마 틈으로 참새 부부가 번갈아 들락거리는 곳에서 스티로폼 마른 눈이 내린다. 잡념 하나 없이 마당에 누워 있는 햇살 쪽으로 감나무 잎 하나 숨바꼭질하듯 다가오고, 장 씨 깨 터는 소리 정 씨 닭 모이 주는 소리 들린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다양한 색깔로 말없이 소통하는
변덕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수필 같은 이천십오 년 시월 스무닷새가
햇살이 벗어 놓은 그늘에서
맑은소리가 나도록 바삭한 나뭇잎으로 저녁상을 차리고 있다
- 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