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나도 바닥에서 뒹군다
김낙향
2018. 10. 6. 22:23
나도 바닥에서 뒹군다 / 素然
냉이와 숙덕공론하던 십일월 그믐날
땅에 박혀 짓무른 은행과
납작 엎드린 낙엽의 바닥론을 보았다
세상에 처음 나온 날
바닥이 두려워 나는 그리도 울었고
철들어 삶이 고파도 바닥에 앉지 않으려고 울었다
지금 바닥에서 뒹군다
어떤 이는 바닥이 되어 누구가를 웃게 하고
어떤 이는 바닥이 되어 도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바닥 밑의 바닥이 없다는 착각으로 죄는 벌을 껴입는다
바닥에 드러눕기도 쉽지 않다
바닥에 누워 본 사람은 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우면 두 눈이 지그시 감긴다
간혹 눈물이 다른 길을 내기도 하지만
바닥에 닿은 몸이
바닥 밑에 바닥과 맞닿아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는
기운을 전수 받으려고
오늘도 나는 바닥이 된다
* 김나영 시인의 바닥론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