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어쩌면 내가 가을
김낙향
2020. 5. 26. 21:54
어쩌면 내가 가을
들꽃 진자리 가랑잎 굴러가는 풍경을 보다가
한 번도 가을이었던 기억조차 없던 내가 그늘 속 선연한 가을 속살 비추는 햇살 옆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내 안에 내가 한 잎 나뭇잎처럼 떨어져 나갈 때 그건 삶의 무게 때문이라 했고, 고열에 붉게 물들 때도 몸살이라 여겼으나 찔레 열매 사이로 흘러내린 저녁 햇살을 받아 들고 있는 노박덩굴 샛노란 눈동자와 후드득 떨구는 은행나무 금빛 눈물과 마주쳤을 때 나는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리꽃 상처에 창백한 울음이어도 호젓한 맵시로 나부끼는 것이 가을이라면 가랑잎 소리 섧게 느끼기 전 어쩌면 나도 한때 가을이었겠다
마른 열매 몇 개 내 안 어디에 담석처럼 박혀있어 종종 울음 고였던가
내안 어디에 마른 나뭇잎 몇 개 굴러다녀 억새 소리 그리도 서걱거렸던가
허공에 기댔다가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그래서였던가
素然김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