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20. 5. 26. 22:32

 

부침개

 

 

 

젖은 시간에 밀가루를 풀어

태양을 닮은

달걀노른자를 넣고

익은 김치도 송송 썰어 넣을게요

낙숫물 소리로 농도 맞추고

감칠맛 나게 솔 라 시도 다져 넣어

노을빛으로 부칠게요

당신과 나의 예민한 언어가

말랑하게 익도록 팬을 뜨겁게

달굴게요

당신의 삼각김밥도

최저 시급도 잊고

노후의 공포도

가뭄에 썩지 않는 낙엽도 잊고

튀는 기름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요

빗소리 화음 같지 않나요

부침개 냄새가 익으면서 익으면서

당신과 내가 납작납작 익네요

 

 

素然김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