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20. 5. 26. 22:41
표류
마른 어깻죽지와 엉덩이가 이리저리 뒤집히며 목욕을 한다 건조한 몸이 펄럭일 때면 갇혀있던 몸 비늘이 기척도 없이 먼지꽃으로 피어오르고. 기억을 억지로 더듬으려고 애쓸 때마다 생의 진술이 기록된 굵고 가는 주름들이 증언을 쏟아내려는 듯 꿈틀거린다. 처진 눈두덩 밑에 얇아진 눈빛은 딱딱한 기억을 뚫으려는 듯 활시위 모양으로 가늘게 휘어진다.
몸 여기저기 빠져나간 기억 자리 움푹 꺼지는 모습은 동맹관계인 듯하지만 늙어 가는 증상은 다 다르다. 아들 전화번호를 잊어버릴 때 자기도 분실했다며 요양원에 머무는
한때 단풍사과를 한 입 베어 물던 발그레한 입술에서 창백한 미소가 한두 잎씩 떨어진다
반짝 세일처럼 기억이 돌아오는 날은 예수와 마주 앉아 길을 묻는다
素然김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