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날
김낙향
2020. 7. 24. 23:17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날
김락향
사랑보다 더 많은 상처로
뿔 하나 키웠어야지
애기똥풀 노란 몸빛에 왜 흔들리는 거야
꽃잎 위 햇살에 지루하다가 탱자 가시에 찔리고
야문 새소리에 무수히 찔렸는데
가슴은 어찌하여 식빵처럼 말랑해지는지
등 기댄 나무와 약혼한 것처럼 토끼풀 반지 끼고
바람을 연서로 읽고
내리 꽂히는 햇살을 영화 조명 같다 하는지
땅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뿌리라도 키웠어야지
나이에 먹힐 때도 사무쳤고
세상 수법에 당할 때도 사무쳤는데
뼈로 뿔 하나 만들어
탱자나무처럼 허공이라도 한 번 찔러보아야지
어쩌다 나를 찔러
내가 타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