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허당의 수다
김낙향
2020. 7. 24. 23:28
허당의 수다
김락향
쏟아지는 햇볕을 잠글 수 없다면 나른한 햇살을 국숫발처럼 끊어 그늘에 말리겠어. 구석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그늘을 뗄 수 있다면 가난의 내부를 허물어 슬픈 기록 다 지워버리겠어. 지우개로 계절을 지울 수 있다면 심폐소생술로 거짓말의 내부에 죽은 양심을 살리겠어. 내게 탄소동화작용 기능을 준다면 배달된 나이와 주름을 반품하여 팽팽해진 젊음이 끝물 인생을 위로하며 웃음 팝콘이 팡팡 터지게 하는 전자레인지가 되겠어. 울적할 때마다 행복 쿠폰을 뽑을 수 있는 인출기가 되겠어.
방부처리가 잘 된 생이 나와 헤어져 빌딩과 밥을 먹어도 침묵이 숙성할 때까지 기다리겠어.
다소 분열된 생각이 어슬렁거리겠지 가로등 빛을 상복처럼 칭칭 감아도 변하지 않는 DNA 자연스럽게 맺힌 우주의 물방울, 무중력에 떠돌다가 피고 지는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