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향 2020. 10. 25. 17:20

지리산 노고단

칠월

 

 

 

앞을 보아도

옆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산 산 산이다

 

퍼런 나무 출렁임도 없이 고요하다

 

호박 넝쿨도

오이 넝쿨도

논도 밭도 퍼렇다

 

어쩌자고 저리도 퍼런지

 

개똥을 치우고 쳐다봐도

닭 모이를 주고 돌아봐도

밥하다가 보고

마당에 풀 뽑다가 봐도 여전히

고요하게 있다

 

벌레가 잎을 갉아먹어도

새가 정수리를 쪼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퍼런 것들의 무한 적요(寂寥)

 

 

김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