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시골에 내려온 첫해에

김낙향 2023. 2. 13. 22:08

 

시골에 내려온 첫해에

 

 

나는 왜 마당이나 고샅길에

풀이 돋는 것을 그냥 두지 못하는지

풀 때문에 낭패 본 것처럼 왜 그리도

뽑아댈까

아침마다 제일 먼저 꼬리 치며 인사하는데

왜 참지 못하고

자시가 넘도록 연거푸 짖어댄다고

저놈의 개새끼라고 소리를 질러댈까

유정란을 챙길 때는 고맙다고 하던 내가

겨우 잠든 나의 새벽잠을 

알람시계처럼 깨우는 수탉을 향해

볶음탕 해 먹을 거라고 왜 그리도 모진 말을

해댈까

 

다 자기 삶에 열중한 것뿐인데

왜 그리도 부아가 치미는지

내가 아직 시골스러움에 익숙하지 않아선가?

 

 

 

나의 세 번째 시집 ≪무릎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