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즐거운 오독(誤讀)

김낙향 2020. 8. 12. 22:35

 

즐거운 오독(誤讀)

 

 

가시가 손가락을 찌르는데 며느리밑씻개라니

고개 빳빳하게 들고 동강 암벽에 사는데

할미꽃이라 하네

광릉에서 발견한 희귀한 꽃을 보고

상상한 것이 요강이라고 고민한 흔적 없이

그냥 광릉요강꽃이라 하고

복주머니라 해놓고선 불경스럽기 그지없는

불알 자를 붙여

참불알도 아닌 개불알꽃이라 칭하다니

오기가 치렁치렁 묻은 이름도 있다

피나물

애기똥풀

쥐오줌풀

구릿대 풀

망초

오랑캐 제비꽃이다

바람꽃

광대수염

처녀치마

병아리난초

금붓꽃

구슬봉이 꽃은 그나마 운이 좋은 거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고리가 되는

이 빽빽한 슬픔이 활짝 웃는 봄

나도 꽃이다

애기똥풀처럼 찔리거나 부러지면

발간액이 나오는

 

 

김낙향 시집 <에움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