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시인들 시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김낙향
2012. 3. 14. 00:24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이정록
백 대쯤
엉덩이를 얻어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을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