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안차애 / 불꽃나무 한 그루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08. 10. 11. 14:23

본문

불꽃나무 한 그루




 
마이크로 월드 잡지에 찍어 논 뇌동맥 칼라 사진을 보고서야
누구나 자기의 하늘이 꽉 차도록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씩 키운다는 걸 알았다

이글이글 타는 용광로 쇳물빛 혈관이
위로위로 불꽃 날름대며 타오르고
타오르다 굽이치며
굽이치다 제 몸을 터뜨려 새 가지를 내면서
불타는 나무 한 그루로 자라고 있었다

사랑이야!
소리치며 힘차게 뻗어가던 가지 하나가
슬픔인걸,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큰 가지에 눌려 휘청 구부러진다
휘어지며 생긴 작은 매듭 하나, 둘, 셋......
종양처럼 나비처럼 열매처럼 굽이굽이 맺혀있다
신기하기도 하지
엉겨도 끊기지 않고 휘어져도 꺾이지 않은 나무 가지들의
저 먼 끝에선 푸른 노을이 피어오르고.

붉게 독 오른 내 사랑이
더 붉게 무너져오는 네 슬픔을 휘감아
불루마블,
둥그런 천구에 푸른 별빛으로 연신 스며들고 있다
청남빛 둥근 세상 한 귀퉁이로 기어이 타오르고 있다
                                                                                 
                                          
詩/안차애



        '마중물 > 시인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양희 / 우표 한 장 붙여서  (0) 2008.12.09
        김남조 / 버린 구절들의 노트  (0) 2008.10.13
        장석주 / 가을의 시  (0) 2008.10.11
        단풍드는 날 / 도종환  (0) 2008.10.08
        오래 남는 눈 / 강영은  (0) 2008.09.13

        관련글 더보기